드라마 철인왕후에서 최상궁이 처음으로 망원경을 보면서 놀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핫한 수입품 망원경은 ‘인조실록’에 의하면 정두원이 1631년 중국에서 다른 서양 문물들과 함께 가져온 물품으로, 이후 일식과 월식을 관찰하기 위해 공금으로 중국에서 관상감의 관원 허원과 김태서가 구입했다고 합니다.
망원경은 당시 보수적인 학자들이 희한한 물건에 빠져 도덕적 심성을 잃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천문학적 연구나 군사적 목적의 원거리 항해에 활용될 수 있었음에도 그에 대한 문헌의 기록이 전무했고 망원경이 전래된 이후 오래도록 별난 물건으로 취급되었다고 하네요.
핫한 수입품 망원경
조선시대 천문학이 굉장히 중요했다는 것은 알고 계실거예요.
세종때는 장영실, 이천과 함께 조선의 해, 달,별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간의를 개발했으며, 또한 조선시대에는 천문을 잘못 예보한 천문관은 심한 경우 곤장을 맞고, 먼 곳에 유배를 가기도 했을 정도로 하늘의 변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임금은 하늘을 대신하여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었기에 새로운 나라가 세워지거나, 새 임금에게는 백성들이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할 수 있는 계절 변화를 예측해 농사지을 때를 알려줘 하늘을 대신해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있음을 백성에게 보여줘야 했어요.
우리나라 자판기에서 최초에 판 물건이 콘돔이었다고? 진짜야?
선덕여왕 드라마에서도 월천대사에게 일식을 일어나는 날을 알아내기 위해 ‘더 이상 과학을 백성을 현혹하는데 이용하지 않게 하겠다’ 고 하면서 첨성대를 세운다라고 설득했다고 하는 내용이 있어요.
예전에는 일식, 월식, 가뭄이나 홍수 등 천재 지변이 하늘의 뜻으로 여겨 민심을 좌지우지하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그런 것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달력을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죠. 그런데 세종이 매일매일 천문관들에게 해와 달, 병의 움직임을 꼼꼼히 관측하고 기록하게 했고 우리나라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달력 ‘칠정산’을 만들게 됐고 중국, 아라비아와 더불어 조선은 체계적인 유교 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던거죠.
그런데 이처럼 자체적으로 천문학을 발전시킨 조선에 망원경이 유입되었고 별난 물건, 불경스런 물건이 된 것이죠.
망원경이 불경스런 물건이었다고?
조선시대 천문을 안다는 것은 별자리를 모두 꿰고 외울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지 망원경으로 별들의 모양이나 현상의 물리적 원인을 탐구할 필요는 없었어요.
영조때 천문, 지리, 기후관측 등의 일을 맡던 관상감의 관원 김태서가 사재로 천리경 및 천문 서적 등을 들여와 영조에게 올렸는데 그 물건에 천리경, 망원경이 있었고 영조는 망원경을 부숴버렸다고 해요.
영조가 망원경을 부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태양이 제왕을 상징한다고 믿었고 망원경으로 태양을 세밀하게 관측하는 것은 왕을 관찰하는 행위와 다름없는 불경스러운 행동이었던거라 깨부셨다고 하네요.
첫째, 조선의 유교적 세계관에 따르면 우주는 이미 정해진 질서와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이해되었는데, 망원경과 같은 새로운 과학 기구를 통해 천체를 관측하는 것은 기존의 유교적 세계관과 충돌할 수 있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망원경은 당시 조선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기술로 이 기구를 통해 멀리 있는 천체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지만 이로 인해 초자연적인 능력이나 마법의 도구로 여겨지기도 했어요.